• 사랑이 무슨 죄겠는가
  • 2023. 11. 28. 22:37
  • 리라 줄을 튕기며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오, 모든 망자의 집이자 저승을 주관하는 자들이시여, 제 아내를 찾고 있습니다. 그녀는 독사에 물려 젊음을 도둑맞았습니다. 간청하오니 너무 일찍 끊긴 운명의 실을 고쳐주소서. 모든 것이 당신의 것. 우리가 모두 향하는 인간의 마지막 안식처인 이곳의 오랜 지배자시여. 아내도 존재의 기한을 마치고 무덤에 들어가면 당신 것입니다. 운명이 아내를 저버리면 전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우리들의 죽음을 기뻐하소서. 처음으로 노래에 설득된 에우메니데스의 눈물이 그녀의 뺨을 적셨다. 그 기도를 내치지 못한 저승의 신과 부인은 에우리디케를 불렀다. 그녀는 갓 죽은 영혼들 사이에 있다가 다리를 절면서 천천히 다가왔다.
    오르페우스는 끝까지 뒤돌아 보지 말아야 한다. 그걸 어기면 끝이다. 두 사람은 짙은 정적 속에서 가파르고 자욱한 안개로 뒤덮여 어두운 길을 걸어갔다.
    이승과 그리 멀지 않은 저승 끝에 다다랐을 때 아내를 잃을까 봐 겁났던 오르페우스는 못 참고 고개를 돌려서 그녀가 뒤에 오는지 봤다. 아내는 팔을 뻗어 남편을 안으려 했지만 그 안타까운 손은 허공만 잡을 뿐. 다시 죽은 그녀는 남편을 탓하지 않았다.

    사랑이 무슨 죄겠는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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