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시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은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란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이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머리가 엉망이었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시금치와 콩, 밥, 양배추를 억지로 삼켰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걸 잘 먹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낯선 침대에서 잠을 깼다. 지금은 항상 그렇다. 예전엔 인간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예전엔 천국이 확실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상상만 한다. 허무 따위도 생각 안 했지만 지금은 허무에 눌려 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놀이에 열중했다. 지금에 와서 열중하는 건 일에 쫓길 때뿐이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됐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단지 꿈이 아닐까?

/베를린 천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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